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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22%의 그늘, 한 바구니가 흔들릴 때

AI 전자 수출이 끌어올린 호황, 작은 공장은 거래처 집중도부터 점검해야 한다

가상의 소규모 제조업체 작업자가 여러 출하 선반에 무표시 상자를 나누어 정리하는 개념 이미지.
AI로 만든 개념 이미지입니다. 인물·공간·상품은 가상이며 실제 저자·기업·공장 또는 보도 현장을 촬영하거나 재현한 사진이 아닙니다. · M31 NEWS · AI

지난 금요일(6일) 태국 증시는 2% 넘게 빠졌다. SET 지수는 하루 만에 32포인트 내려 1,465선에서 마감했고, 매도는 전자 업종에 몰렸다. 미국 중간선거 이후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주춤할 수 있다는 우려가 아시아 반도체·전자 공급망 주식을 한꺼번에 흔든 날이었다.

숫자만 보면 올해 태국 수출은 호황이다. 태국중앙은행은 올해 상품 수출 증가율 전망을 22%로 크게 올렸고, 9월 수출은 전년보다 24% 늘었다. 그 동력은 대부분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전자 부품이다. 같은 자리에서 중앙은행 총재는 이번 회복을 'K자형'이라고 불렀다. 중소기업 대출은 줄고 대기업 대출은 늘었다. 위로 뻗는 선과 아래로 처지는 선이 한 나라 안에 함께 있다는 뜻이다.

현장에서 보면 이 장면은 두 가지를 말해 준다. 하나는 수출 통계의 호황이 곧 우리 공장의 호황은 아니라는 점이다. 비누와 바디케어를 만드는 공장에 들어오는 주문은 데이터센터 투자와 거의 상관이 없다. 오히려 원료와 운송비, 전기료가 먼저 움직인다. 다른 하나는 더 불편한 사실이다. 한 업종에 기대 커진 성장은 그 업종의 기대가 꺾이는 순간 같이 흔들린다. 주가가 먼저 반응했을 뿐, 그 파장은 몇 달 뒤 고용과 소비, 하청 물량으로 내려온다. 이것은 큰 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작은 공장도 매출의 절반을 한두 거래처에 기대고 있다면 구조는 똑같다.

그렇다면 중소 제조업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첫째, 거래처 집중도를 숫자로 확인하는 것이다. 상위 세 곳의 거래처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뽑아 보고, 그중 한 곳이 주문을 절반으로 줄이면 석 달을 버틸 수 있는지 계산해 보자. 답이 '아니오'라면 다음 분기 영업 목표는 새 거래처 한 곳을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둘째, 호황 업종 주변의 기회를 냉정하게 보는 것이다. 전자 공장이 늘면 근로자 수요, 사내 위생용품, 기업 선물 시장도 함께 커진다. 다만 그 수요 역시 같은 경기에 묶여 있다는 점을 알고 들어가야 한다. 기회로 삼되 의존하지 않는 선을 미리 정해 두는 편이 안전하다.

셋째, 현금과 신용을 미리 챙기는 것이다. 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에 인색해진 시기에는 필요할 때 빌리기 어렵다. 지금 거래 실적과 재무 기록을 정리하고, 쓰지 않더라도 한도를 미리 열어 두는 일이 다음 위기의 보험이 된다. 재고도 마찬가지다. 잘 팔리는 품목에 원료를 몰아 두기보다 회전이 느린 품목을 줄여 현금을 확보하는 쪽이 낫다.

정부와 업계에도 바라는 점이 있다. 수출 22%라는 숫자가 정책의 자신감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그 숫자 아래에서 소비재, 식품, 생활용품 제조업이 어떤 성적을 내고 있는지 업종별로 따로 보여 주는 통계가 필요하다. 중소기업 대출이 줄어드는 흐름도 '수요 부족'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신용보증 확대와 공급망 금융처럼 작은 공장이 실제로 쓸 수 있는 통로를 넓혀야 한다. 업계 단체는 호황 업종과 중소 협력사를 잇는 구매 상담의 자리를 더 자주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호황은 가장 강한 줄기 하나로 자란다. 그러나 흔들림은 언제나 그 줄기에서 시작된다. 작은 공장의 실력은 좋은 해의 매출이 아니라, 한 바구니가 흔들릴 때 남는 바구니의 수로 드러난다.

참고 자료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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