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경제
물가 3.9%, 불은 기름과 채소에서 붙었다
근원물가 1.58%가 말해 주는 것 — 수요 없는 원가 상승 앞에서 중소 제조업이 할 일

태국 상무부가 6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같은 달 대비 3.9%였다. 9월의 2.82%에서 한 달 만에 1%포인트 넘게 뛰었고, 거의 4년 만의 최고치다. 중앙은행이 정해 둔 물가 목표 범위 1~3%의 위쪽 끝도 넘어섰다. 상무부 설명으로는 중동 정세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지난해의 낮은 기저가 겹치면서 연료 가격이 크게 올랐고, 9월 말부터 이어진 홍수로 채소값도 뛰었다.
그런데 같은 발표 안에 눈여겨볼 숫자가 하나 더 있다. 에너지와 신선식품을 뺀 근원물가는 1.58%에 그쳤다. 물가 전체가 달아오른 것이 아니라, 기름과 채소라는 두 갈래에서 비용이 밀려 올라온 것이다. 수요가 강해서 값이 오르는 경기라면 기업은 가격을 올려도 물건이 팔린다. 지금은 반대다. 중앙은행 총재도 회복이 K자형이며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은 여전히 압박을 받는다고 말했다. 원가는 오르는데 손님의 지갑은 그대로인, 제조업 입장에서는 가장 불편한 조합이다.
공장 현장에서 이 숫자는 곧바로 몇 가지 청구서로 번역된다. 원료를 실어 오는 트럭 운임, 보일러와 건조 설비에 드는 연료비, 석유화학 계열 포장재 단가, 그리고 직원들의 점심값과 생활비다. 생활비가 오르면 연말을 앞두고 임금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자연스럽다. 반면 거래처와 소비자는 가격표가 바뀌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결국 중소 제조업은 오른 비용의 상당 부분을 한동안 스스로 떠안게 된다.
그렇다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첫째, 원가표를 항목별로 다시 쪼개 보는 일이다. 에너지, 운송, 원료, 포장, 인건비를 나누어 지난 석 달의 변화를 숫자로 적어 두면, 어디가 일시적 충격이고 어디가 굳어지는 비용인지 보이기 시작한다. 막연히 "다 올랐다"고 말하는 회사와 "운송비가 제품당 얼마 올랐다"고 말하는 회사는 협상 테이블에서 전혀 다른 대우를 받는다.
둘째, 거래 조건에 비용 연동 장치를 넣는 일이다. 가격을 한 번에 크게 올리기보다 연료비나 운임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조정한다는 원칙을 거래처와 미리 합의해 두는 편이 서로에게 덜 아프다. 기준과 근거를 투명하게 공유하면 가격 인상이 아니라 비용 분담의 대화가 된다.
셋째, 조급한 사재기를 경계하는 일이다. 상무부는 올해 전체 물가 전망을 1.8~2.2%로 유지했고, 이번 상승의 상당 부분이 기저효과와 일시적 공급 충격이라는 시각이 많다. 값이 오를까 두려워 원료를 과하게 쌓아 두면 현금이 묶인다. 지금 중소기업에 더 귀한 것은 재고보다 현금이다.
정부와 업계에도 바라는 점이 있다. 에너지 가격 대책이 주유소 가격표에만 머물지 않고 공장의 연료와 물류비까지 닿도록 설계되기를 바란다.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1%로 유지하며 이번 물가 상승을 일시적이라고 본 판단은 근원물가를 보면 수긍할 만하다. 다만 금리 결정이 숫자 하나에 흔들리지 않기를, 그리고 대형 유통사의 대금 지급 기한처럼 중소기업의 현금 흐름을 좌우하는 규칙들이 이런 시기일수록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기를 바란다. 비용이 오를 때 가장 먼저 숨이 차는 곳은 결제를 기다리는 작은 공장이다.
물가 3.9%는 경고등이지만, 그 불빛이 비추는 곳은 같지 않다. 큰 숫자 하나에 놀라기보다 내 공장의 원가표 한 줄 한 줄을 들여다보는 회사가 이 겨울을 덜 춥게 난다.
참고 자료
- Thailand's October Inflation Breaches Target as Living Costs Climb (Kaohoon International)
- Thailand's headline inflation jumps 3.9 pct in October (Xinhua)
- Thailand Inflation Climbs to Over 3-Year High (Trading Economics)
- Thailand CPI inflation hits near four-year high in October (Investing.com)
- Bank of Thailand boss sees revised GDP data growth of up to 2.9% (Thai Examiner)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