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비즈니스 관습
임금표가 나오기 전에 원가표를 먼저 열어라
2027년 최저임금 심사가 시작됐다, 공장이 준비할 것은 인상 폭이 아니라 대응 방식이다

태국 노동부가 2027년 최저임금 조정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방콕을 포함한 모든 주(州)의 임금 소위원회가 권고안을 제출했고, 정부·사용자·근로자 3자로 구성된 중앙 임금위원회가 이를 심사한다. 노동부는 생계비와 경제 여건, 생산비, 사용자의 지급 능력이라는 기존 기준을 그대로 쓰고, 지역을 묶어 따로 정하는 방식도 유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새 임금 수준과 시행일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지금의 일일 최저임금은 지역에 따라 337바트에서 400바트 사이다. 2025년 7월 고시된 체계가 올해 내내 유지됐고, 임금위원회는 지난 3월 추가 인상 논의를 미뤘다. 1년 넘게 멈춰 있던 숫자가 다시 움직일 차례가 온 셈이다.
현장에서 이 소식은 단순한 인건비 문제로 읽히지 않는다. 최저임금은 신입 직원의 첫 월급만 정하지 않는다. 숙련공과 반장의 임금 간격, 잔업 수당, 사회보장 기여금이 모두 그 숫자를 기준으로 따라 움직인다. 기본선이 오르면 임금표 전체가 한 칸씩 밀려 올라간다. 게다가 지난달부터 10인 이상 사업장에는 임금의 0.25%를 적립하는 근로자 복지기금 부담이 새로 생겼다. 재계는 이달 초 원유 가격을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보고 있다. 노동 집약적인 소비재 공장에는 인건비, 에너지, 물류비가 한 해에 동시에 오르는 일이 낯설지 않다.
그렇다고 임금 인상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다. 물가가 오르는데 임금이 제자리면 사람이 떠나고, 사람을 새로 뽑아 가르치는 비용이 인상분보다 더 크다. 문제는 인상 폭이 아니라 예측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공장은 내년 수출 단가를 지금 협상하는데, 원가의 핵심 변수가 언제 얼마나 바뀔지 모르는 채로 계약서에 서명해야 한다.
중소 제조업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세 가지다.
첫째, 임금 시나리오별 원가표를 미리 만들어 두는 것이다. 인상률을 몇 단계로 나눠 제품별 인건비 비중이 얼마나 바뀌는지 계산해 두면, 발표가 나온 뒤 허둥대지 않고 거래처와 바로 이야기할 수 있다.
둘째, 해외 바이어와 맺는 장기 계약에 원가 연동 조항을 넣는 것이다. 법정 최저임금이나 에너지 가격처럼 공장이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일정 폭 이상 바뀌면 단가를 다시 협의한다는 문구 하나가 내년의 손실을 막는다.
셋째, 공정별 노동 투입을 다시 들여다보는 것이다. 포장과 라벨 작업처럼 반복이 많은 공정은 작은 설비 개선만으로도 사람의 손을 덜 수 있다. 줄어든 시간은 사람을 줄이는 데보다 숙련 직원의 품질 관리와 교육에 쓰는 편이 길게 보면 남는 장사다.
정부와 업계에도 바라는 점이 있다. 먼저 결정 일정을 일찍 확정해 주기 바란다. 발표가 연말에 몰리고 시행이 바로 뒤따르면, 기업은 이미 맺은 계약을 손해 보고 이행할 수밖에 없다. 최소 6개월의 준비 기간을 두는 원칙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인상과 함께 생산성 지원을 묶어 주기 바란다. 자동화 설비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나 저리 자금, 직업 훈련 비용 지원이 같이 나오면 임금 인상은 부담이 아니라 체질 개선의 계기가 된다. 업계 단체는 업종별 원가 구조 자료를 정리해 임금위원회 논의에 근거로 내놓아야 한다. 목소리를 키우는 것보다 숫자를 내놓는 쪽이 설득력이 있다.
최저임금은 언젠가 오른다. 공장이 정할 수 있는 것은 그날을 맞는 방식뿐이다. 임금표가 나오기 전에 원가표를 먼저 여는 공장이 다음 해를 버틴다.
참고 자료
- Thailand prepares to review minimum wage rates for 2027 (Thaiger)
- Thailand's wage committee to review 2027 minimum wage proposals from all provinces (Bangkok Scoop)
- Thailand Minimum Wage 2026: THB 337 to 400 a Day (Employsome)
- Minimum Wage – Thailand (WageIndicator)
- Minimum Wage in Thailand (2026): Provincial Rates, Employer Costs (EmployerRecords)
- JSCCIB lifts 2026 growth outlook to 2.4–2.6% (The Nation)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