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경제
성장률은 오르는데, 공장의 체감은 왜 차가운가
AI 전자 수출이 끌어올린 숫자 뒤에서 소비재 중소기업이 읽어야 할 신호

아누틴 찬위라꾼 총리가 10월 24일 "올해 성장률은 2.1% 전망을 넘어설 것"이라며 국가경제사회개발위원회(NESDC)에 전망치 재검토를 요청했다. 근거로는 상반기 민간투자 약 30% 증가, 한때 25%에 육박한 수출 증가율, 예상을 웃돈 세수를 들었다. 실제로 8월 수출은 346억 2천만 달러로 전년보다 24.3% 늘어 56개월 만의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고, 1~8월 누적으로도 18.9% 늘었다.
숫자만 보면 호황이다. 그런데 같은 시기 태국상공회의소대학(UTCC)이 발표한 9월 소비자신뢰지수는 52.1로 넉 달 만에 꺾였다. 세부 항목은 더 차갑다. 현재 생활비 여건 지수는 18.3, 사업 투자 적정성 지수는 26.6에 그쳤다. 2분기 민간소비 증가율도 1.9%로 1분기 3.3%에서 크게 낮아졌다.
같은 나라, 다른 경기
이 간극은 수출의 내용을 보면 설명된다. 8월 수출을 끌어올린 것은 컴퓨터와 부품, 집적회로, 인쇄회로기판 같은 전자제품이다. 인공지능(AI) 투자 붐이 만든 수요다. 반면 같은 달 농산가공품 수출은 1.9% 줄어 다섯 달 연속 감소했고, 자동차와 부품, 기계류도 뒷걸음질했다. 1~8월 수입이 36.1% 늘어 무역적자가 378억 달러를 넘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성장의 열기가 대형 전자 공급망 안에서 돌고, 국내 협력업체와 소비재 기업까지 충분히 번지지 않고 있다는 신호다.
빠툼타니에서 비누와 바디케어를 만드는 공장의 눈으로 보면, 헤드라인 숫자와 현장의 체감은 별개의 문제다. 소비재 중소기업의 매출은 결국 국내 소비자의 지갑과 거래처의 주문에 달려 있다. 경유가 리터당 40바트를 넘고, 홍수 피해가 220억~300억 바트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는 지갑을 닫는다. 성장률이 오른다는 소식이 곧 우리 주문서가 두꺼워진다는 뜻은 아니다.
중소기업이 지금 할 수 있는 일
첫째, 성장하는 산업 곁으로 시선을 옮겨야 한다. UTCC는 2024~2026년 외국인 투자 신청액이 누적 1조 바트를 넘을 것으로 본다. 새 공장이 들어서면 그곳에서 일할 사람과 관리할 시설도 함께 늘어난다. 기업 복지용 위생용품, 사업장 납품용 세정제처럼 B2B 수요는 소비 심리와 따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둘째, 수출 통계의 시장 지도를 읽어야 한다. 8월 대미 수출은 48.7%, 대EU 수출은 23.1% 늘었다. 소비재가 같은 속도로 늘지는 않겠지만, 해당 시장의 바이어가 태국 공급망 전반에 관심을 키우고 있다는 뜻이다. 인증 서류와 영문 제품 자료를 미리 정비해 두는 기업에 기회가 먼저 온다.
셋째, 비용 구조를 보수적으로 잡아야 한다. 헤드라인이 좋을 때일수록 설비 투자나 재고 확대를 서두르기 쉽다. 내수 회복이 늦어질 가능성을 전제로 원료 재고와 현금 흐름을 점검하는 편이 안전하다.
정부에 바라는 점
성장률 상향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다. 다만 숫자가 투자자 신뢰를 위한 것이라면, 정책은 숫자에 잡히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야 한다. 수출 호황의 과실이 국내 중소 협력업체로 흘러가도록 대기업 공급망의 현지 조달 비율을 높이는 유인, 소비재 중소기업의 해외 인증 비용 지원, 에너지 비용 완화의 실효성 점검이 필요하다. 업계 역시 "경기가 좋다"는 말과 "우리 업종이 좋다"는 말을 구분해 현장 데이터를 정부에 꾸준히 전달해야 한다.
평균은 아무도 살지 않는 주소다. 성장률이 오르는 지금, 정부와 기업 모두 그 평균 아래에 있는 공장의 불빛을 함께 봐야 한다.
참고 자료
- Anutin expects Thai GDP growth to exceed 2.1% in 2026 (The Nation, 2026-10-24)
- PM Anutin Champions Global Trade and Private Sector Collaboration (The Nation, 2026-10-24)
- Thai exports surge 24.3% in August as AI demand lifts electronics (The Nation)
- Thai consumer confidence index falls to 52.1 in September (The Nation)
- Thailand's Q2 growth hits 1.9%, lowest among key ASEAN economies (Khaosod English)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