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비즈니스 관습
수지는 한 지붕 아래로, 포장재 값은 누가 정하나
GC·SCGC 석유화학 합작, 하류 중소 제조업체가 지금 챙겨야 할 것

태국 석유화학의 두 거인이 손을 잡는다. PTT 글로벌케미컬(GC)과 SCG케미컬스(SCGC)는 10월 29일 양사의 올레핀·폴리올레핀 사업을 하나로 묶는 합작법인 조건을 발표했다. 연간 올레핀 생산능력 710만 톤, 자산 가치 1,800억 바트 규모로, GC가 56%, SCGC가 44%를 갖는다. 12월 3일 양사 임시주총을 거쳐 내년 상반기 태국 공정거래위원회(TCCT)에 심사를 신청하고, 하반기에 법인 설립을 마치는 일정이다.
양사가 내세운 이유는 분명하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세계 석유화학 시황이 내리막인 데다, 중동 분쟁으로 원료 수급까지 흔들렸다. SCGC 최고경영자는 과잉 압력이 앞으로 2~3년은 더 갈 것으로 내다봤다. 규모를 키워 원가를 낮추고, 범용 제품에서 고부가 제품으로 옮겨 가겠다는 계산이다. 위기의 산업이 덩치를 키워 버티려는 선택 자체는 이해할 만하다.
공장 현장에서 이 소식은 조금 다르게 읽힌다. 비누와 바디케어를 만드는 공장에서 제품을 담는 용기, 펌프, 포장 필름은 대부분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에서 나온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이 사업에서 나오는 수지가 국내 하류 플라스틱 산업 원료의 70%를 차지한다. 다시 말해 우리 같은 중소 제조업체가 쓰는 포장재 원가의 출발점이 앞으로 한 지붕 아래에서 결정된다는 뜻이다. 양사는 중소기업도 더 안정적인 공급의 혜택을 볼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이 맞기를 바란다. 다만 안정과 협상력은 다른 문제다. 공급자가 줄면 값을 묻고 비교할 상대도 줄어든다.
중소기업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있다.
첫째, 포장재 구매처를 점검하는 것이다. 지금 쓰는 용기와 필름이 어느 수지 업체에서 시작되는지, 대체 가능한 수입 원료나 다른 가공 업체가 있는지 미리 파악해 두면 합병 이후 조건이 바뀌어도 당황하지 않는다. 2차 공급처 하나를 견적 단계까지만 열어 두어도 협상의 무게가 달라진다.
둘째, 수지 가격을 원가표에 따로 적어 두는 습관이다. 포장재 단가를 한 줄로만 보면 오르내림의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 원료 시황과 포장재 단가를 함께 기록하면, 공급 과잉으로 수지 값이 내릴 때 포장재 값이 따라 내려오는지 확인할 근거가 생긴다.
셋째, 용기 자체를 다시 설계해 보는 일이다. 두께를 줄인 경량 용기, 재생 원료 혼합, 리필 파우치는 원가와 수출 시장의 친환경 요구를 동시에 다룰 수 있는 방법이다. 수지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결국 가장 확실한 방어다.
정부와 업계에 바라는 점도 분명하다. TCCT는 심사에서 소비자 이익과 경제적 피해 여부를 따진다. 여기서 소비자는 최종 소비자만이 아니다. 수지를 사서 물건을 만드는 수천 개의 하류 중소기업도 이 거래의 직접 이해관계자다. 심사 과정에서 하류 업계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듣고, 승인한다면 가격 공시나 공정한 거래 조건 같은 장치를 함께 붙여 주기를 바란다. 합작법인 역시 고부가 제품으로 가는 길에 국내 중소 고객을 위한 소량 주문과 기술 지원 창구를 남겨 두었으면 한다. 상류가 강해진 만큼 하류도 함께 버틸 수 있어야 산업 전체가 산다.
덩치를 키우는 것은 상류의 생존 전략이다. 그 덩치가 하류를 누르지 않게 하는 것은 제도의 몫이고, 그 사이에서 선택지를 넓혀 두는 것은 우리 몫이다.
참고 자료
- GC-SCGC plan petrochemical venture to counter China's oversupply (Nation Thailand)
- PTTGC, SCGC agree 56%–44% venture terms, target H2 2027 (Nation Thailand)
- PTT Global Chemical and SCG Chemicals advance olefins and polyolefins JV talks (ChemXplore)
- Thai Petrochemical Giants GC and SCGC Target Joint Venture Deal by October (Nation Thailand)
- PTTGC-SCGC olefins JV deal to shape Thailand's petrochemical sector (Thailand Edition)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