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사회
점수표 너머, 아이가 읽어 내야 할 것
태국 PISA 2025 순위 다섯 계단 상승… 다음 평가는 'AI·미디어 리터러시', 국제학교 학부모가 확인할 세 가지

태국 학생들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25 성적이 9월에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년마다 만 15세 학생의 과학·수학·읽기 활용 능력을 재는 시험이다. 태국은 2022년 58위에서 53위로 다섯 계단 올랐고, 세 영역 모두 의미 있게 점수가 오른 여덟 개 국가·경제권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과학은 432점이었다. 그래도 OECD 평균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 정부는 2026년 안에 교사와 학생을 위한 인공지능(AI) 학습 틀을 만들고, 초등학교부터 미디어·AI 리터러시를 가르치겠다고 밝혔다. 다음 평가인 PISA 2029에 미디어·AI 리터러시가 새 영역으로 추가되기 때문이다. 10월 중순에는 교육부가 국제 평가 성적을 끌어올릴 네 가지 전략을 내놨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국제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한국인 학부모에게 이 소식은 남의 나라 공교육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두 가지는 짚어 둘 만하다. 하나는 국가 평균 점수가 개별 학교의 수준을 말해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순위가 올랐다고 태국의 모든 교실이 나아진 것도, 평균이 낮다고 모든 학교가 부족한 것도 아니다. 다른 하나는 평가가 묻는 내용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지식을 얼마나 외웠는지보다, 낯선 정보를 읽고 따져 보고 쓸모 있게 다루는지를 묻는 쪽으로 무게가 옮겨 가고 있다. 국가 단위 시험이 미디어와 AI를 다루는 능력을 재겠다고 나선 것은 그 흐름을 분명히 보여 준다.
학부모가 지금 확인할 일은 세 가지다.
첫째, 학교가 아이의 학력을 무엇으로 재는지 물어보자. 학교 안 성적만으로는 아이가 어느 수준에 있는지 알기 어렵다. 학교 밖 기준으로 학력을 점검하는 평가가 있는지, 그 결과를 학부모에게 어떤 방식으로 설명하는지 확인하면 학교의 자신감과 투명성을 함께 볼 수 있다.
둘째, 읽기를 두 언어로 챙기자. 읽기 능력은 모든 과목의 바탕이다. 영어로 수업을 듣는 아이가 영어책은 잘 읽어도 한국어 글 한 편을 끝까지 읽어 내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학교에 영어 읽기 지도 방식을 묻는 한편, 집에서는 한국어 책과 신문을 함께 읽는 시간을 정해 두면 좋다. 생각의 깊이는 결국 가장 편한 언어에서 자란다.
셋째, AI와 미디어를 가르치는 방식을 확인하자. 학교가 생성형 AI 사용을 어떻게 허용하고 제한하는지, 과제에서 AI의 도움을 어디까지 인정하는지, 정보의 출처를 가려내는 법을 어느 학년부터 가르치는지 물어볼 만하다. 금지만 하는 학교도, 아무 기준 없이 열어 두는 학교도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와 학교에 바라는 점도 있다. 정부는 순위 상승을 홍보하는 데 그치지 말고 지역과 학교별 격차를 분석해 공개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AI 학습 틀을 만들 때는 공립학교뿐 아니라 국제학교와 사립학교가 참고할 수 있도록 내용을 영어로도 공개하면 좋겠다. 국제학교는 정부 평가 대상인지와 상관없이, 아이들이 정보를 읽고 판단하는 힘을 어떻게 기르는지 학부모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었으면 한다.
점수는 지나간 3년을 비추는 거울이다. 학부모가 들여다봐야 할 것은 거울 속 숫자가 아니라, 아이가 내일 마주할 낯선 글 한 편을 끝까지 읽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느냐다.
M31 SCHOOL에 먼저 게재된 오피니언을 필자명과 원문을 유지해 함께 싣습니다.
원문 발행일: 2026-10-30T22:55:54.736Z · M31 SCHOOL 원문
참고 자료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