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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서는 늘었는데 기계 앞 사람은 줄었다

10개월 만의 최고 PMI, 밀린 일감과 묶인 판매가가 말하는 것

가상의 성인 제조업 숙련자가 동료에게 정지된 작업 지그의 부품 정렬을 설명하는 AI 개념 이미지. M31 News 로고 포함.
AI로 만든 개념 이미지입니다. 인물·작업장·부품은 가상이며 실제 공장의 인력 부족이나 특정 현장을 촬영·재현한 사진이 아닙니다. · M31 NEWS · AI

주문이 늘었다는 소식은 오랜만이다. S&P글로벌이 2일 발표한 태국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4.8로, 9월의 54.3보다 올랐다. 지난해 12월 이후 열 달 만의 최고치다. 신규 주문이 빠르게 늘었고 생산 증가 속도도 가장 빨랐다. 원자재 구매는 2024년 8월 이후 가장 활발했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눈에 걸리는 대목이 둘 있다. 하나는 밀린 주문, 곧 아직 처리하지 못한 일감이 거의 1년 만에 가장 빠르게 쌓였다는 점이다. 조사는 그 이유로 일감은 늘었는데 퇴사로 일할 사람이 줄었다는 점을 들었다. 다른 하나는 원자재 값이 조금 올랐는데도 업체들이 판매가는 대체로 그대로 묶었다는 점이다. 물건을 팔기 위해서다.

현장의 말로 옮기면 이렇다. 주문은 들어오는데 기계 앞에 설 사람이 모자라고, 원가는 오르는데 값은 못 올린다. 숫자는 호황을 가리키지만 공장 안의 체감은 숨이 가쁘다. 납기가 밀리면 다음 주문이 끊기고, 마진이 얇아지면 사람을 더 뽑을 여력도 줄어든다. 좋은 소식이 그대로 좋은 결과로 이어지려면 이 고리를 먼저 끊어야 한다.

올해 사정을 떠올리면 더 조심스럽다. 1분기에는 문을 닫은 공장이 새로 연 공장보다 많았고, 중소기업 대출은 13분기 연속 줄었다는 국가경제사회개발위원회(NESDC) 자료가 나왔다. 회복의 바람이 불어도 돛을 올릴 힘이 남은 곳은 많지 않다. PMI는 경기 심리를 보여 주는 지표일 뿐 실제 생산량을 잰 숫자가 아니라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그렇다면 중소 제조업체는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첫째, 받을 수 있는 주문과 받아야 할 주문을 가르는 일이다. 밀린 일감이 늘 때 가장 위험한 것은 모든 주문에 "예"라고 답하는 것이다. 품목별로 실제 마진과 생산 시간을 따져 보고, 납기를 지킬 수 있는 만큼만 약속하는 편이 거래처의 신뢰를 지킨다.

둘째, 사람이 떠나는 이유부터 살피는 일이다. 새로 뽑는 비용과 시간은 붙잡는 비용보다 크다. 숙련자가 빠지면 품질 기록과 공정 노하우도 함께 빠져나간다. 작업 표준서를 정리하고 한 사람에게 몰린 공정을 둘 이상이 다룰 수 있게 해 두면, 퇴사가 곧 생산 차질로 번지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셋째, 원가 상승분을 거래처와 미리 이야기하는 일이다. 값을 묶는 것이 당장은 판매를 지키지만, 오른 원가를 끝까지 혼자 떠안으면 버틸 수 없다. 원료별 가격 변동을 기록해 두고, 일정 폭을 넘으면 단가를 다시 협의하는 조건을 계약에 넣어 두는 것이 서로에게 공정하다.

정부와 업계에도 바라는 점이 있다. 지표가 좋아졌다고 중소기업 지원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 일손 문제는 단기 채용 지원만으로 풀리지 않는다. 직업 훈련을 공장 현장의 수요와 묶고, 중소기업이 자동화 설비를 들일 때 쓸 수 있는 저리 자금의 문턱을 실제로 낮춰야 한다. 대기업에 쏠린 투자 회복이 납품 중소기업까지 내려오도록 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주문서는 반갑다. 그러나 그 주문서를 제품으로 바꾸는 것은 결국 사람과 현금이다. 바람이 불 때 돛보다 먼저 살펴야 할 것은 배 안의 사람이다.

참고 자료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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