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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절에 한 해 한 번, 태국의 텃 까틴(ทอดกฐิน)

억판사 뒤 한 달, 악어 깃발이 걸린 절에 담긴 '함께 쌓는 공덕'

M31 NEWS · OPINION · Thailand, Business, Industry
M31 NEWS 오피니언 · 자체 제작 AI 일러스트

10월 말이 되면 태국 시골길에서 낯선 깃발을 자주 보게 된다. 연꽃을 문 악어가 그려진 길쭉한 천이 절 입구에 걸려 있다. 처음 보는 한국인은 무슨 표식인지 궁금해하지만, 태국 사람에게는 익숙한 계절의 신호다. 이 절에서 올해의 '텃 까틴(ทอดกฐิน)'을 이미 마쳤다는 뜻이다.

올해는 10월 26일 월요일이 우기 안거가 끝나는 억판사(ออกพรรษา)다. 음력 11월 보름이다. 그다음 날부터 음력 12월 보름, 곧 로이끄라통 무렵까지 약 한 달이 까틴 기간이다. 까틴은 석 달 안거를 마친 승려들에게 새 가사(袈裟)와 생활용품을 올리는 행사다. 아무 때나, 아무 절에서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안거를 온전히 마친 승려가 다섯 명 이상 있는 절이어야 하고, 한 절은 1년에 한 번만 까틴을 받을 수 있다. 1년 내내 언제든 올릴 수 있는 보시인 파빠(ผ้าป่า)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이 여기에 있다.

한 해에 단 한 번이라는 희소성 때문에 사람들은 미리 절에 날짜를 예약한다. 이를 쩡 까틴(จองกฐิน)이라 부른다. 한 사람이 큰 몫을 맡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 더 흔한 것은 여럿이 조금씩 모으는 까틴 사막키(กฐินสามัคคี)다. 주관하는 사람이 대표를 세우고, 그 대표들이 친척·이웃·동료를 모아 함께 정한 절로 간다. 반대로 철이 끝나도록 아무도 예약하지 않은 절을 '까틴 똑(กฐินตก)', 곧 까틴이 떨어진 절이라 부르며, 이런 절들을 찾아 대신 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하루 안에 목화를 실로 잣고, 천을 짜고, 물들이고, 바느질까지 마쳐 이튿날 아침 올리는 쭐라 까틴(จุลกฐิน)은 지금도 마을의 협동을 시험하는 행사로 남아 있다.

이 풍습 안에는 태국 사람들이 '탐분(ทำบุญ)', 곧 공덕 쌓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잘 드러난다. 공덕은 혼자 쌓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이다. 악어 깃발에 얽힌 옛이야기도 여기서 나온다. 배를 타고 절로 향하던 행렬을 따라가지 못한 물속 생물들이 자기들도 공덕에 끼워 달라고 청하자, 그 모습을 깃발에 그려 주었다는 것이다. 깃발이 걸린 절을 지나는 사람도 그 공덕을 함께 기뻐할 수 있도록 한다는 풀이도 있다. 액수의 크고 작음보다 함께 이름을 올리는 일 자체가 소중하다는 생각이 지금의 까틴 사막키까지 이어진다.

태국에서 일하는 한국인이 알아 두면 좋은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이 시기에 직원이나 거래처에서 까틴 사막키 참여를 권하는 봉투나 안내문을 받을 수 있다. 부담 없는 액수라도 함께하면 '같은 공동체 사람'이라는 신호가 된다. 거절해야 한다면 짧게 축하의 말을 건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금액보다 태도를 본다.

둘째, 행사에 초대받았다면 단정하고 노출이 적은 옷을 입고, 법당에 들어갈 때는 신발을 벗는다. 승려에게 직접 물건을 건네는 순서나 앉는 자리는 현지 직원에게 미리 물어 따르면 된다. 모르는 것을 묻는 일을 태국 사람들은 무례로 여기지 않는다.

셋째, 억판사는 공휴일이 아니어서 관공서와 은행은 평소처럼 문을 연다. 그러나 이후 한 달 동안 주말마다 고향 절의 까틴에 가려는 직원이 생길 수 있다. 10~11월 생산 일정과 휴가 계획을 짤 때 이 계절을 염두에 두면 서로 편하다.

올해도 10월 말부터 한 달 사이, 전국의 절 입구에 하나둘 악어 깃발이 오를 것이다. 그 깃발은 누군가 큰돈을 냈다는 표시가 아니라, 한 마을이 한 해를 함께 마무리했다는 표시에 가깝다. 지나가는 길에 그 깃발을 보게 되면, 잠시 걸음을 늦추고 그 안에 담긴 마음을 떠올려 보아도 좋겠다.

참고 자료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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