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비즈니스 관습
호텔 문이 닫히면 공장의 주문서도 얇아진다
숙박업 폐업 42% 증가, 납품 중소기업이 지금 다시 봐야 할 것들

태국 호텔업의 체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카시콘리서치센터(KResearch)에 따르면 올해 1~9월 등록을 말소한 호텔·숙박업체는 148곳으로 1년 전보다 42% 늘었다. 같은 기간 새로 문을 연 곳은 779곳으로 31.2% 줄었다. 지난해 적자를 낸 사업자는 51%, 소규모 사업자로 좁히면 54%다. 3년 연속 누적 적자를 낸 곳도 38%가 넘는다.
원인은 단순하지 않다. 올해 외국인 관광객은 약 3,140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4% 줄고 2019년의 79%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객실은 올해 상반기 약 87만 6,000실로 2019년보다 11.7% 늘었다. 손님은 덜 오는데 방은 많아졌으니 객실 요금은 오히려 0.8% 내릴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전기료, 식자재, 운송비, 온라인 여행사 수수료는 계속 오른다. 변동비가 전체 비용의 40~45%를 차지한다는 분석이다.
공장에서 이 숫자를 읽는 마음은 가볍지 않다. 호텔은 비누, 샴푸, 바디워시 같은 어메니티의 큰 수요처이고, 세탁·청소·식음료까지 수많은 중소 제조업체와 납품업체가 호텔 한 곳에 기대어 있다. 호텔업 사업자 약 1만 5,000곳 가운데 98% 이상이 중소기업이다. 호텔의 적자는 곧 납품 단가 인하 요구, 결제 지연, 거래 중단으로 이어진다. 관광 통계는 관광업만의 숫자가 아니라 내수 제조업의 선행 지표다.
그렇다면 납품하는 중소기업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째, 거래처의 체력을 점검해야 한다. 호텔 매출 비중이 높은 업체라면 거래처별 미수금과 결제 주기를 다시 들여다보고, 한두 곳에 몰린 매출을 분산해야 한다. 적자가 3년째 이어지는 거래처라면 결제 조건부터 다시 이야기하는 편이 낫다.
둘째, 단가가 아니라 비용 절감을 제안해야 한다. 호텔이 원하는 것은 싼 물건이 아니라 줄어든 총비용이다. 대용량 리필 방식, 포장재 절감, 재고 부담을 덜어 주는 소량 다빈도 공급처럼 호텔의 운영비를 실제로 낮추는 제안이 가격 경쟁보다 오래 간다.
셋째, 지속가능성을 증명할 준비를 해야 한다. 카시콘리서치는 호텔이 재생에너지와 지역 원료를 활용하고, 유럽·기업 고객이 인정하는 지속가능성 인증을 갖출 것을 권한다. 호텔이 그 길로 가려면 납품업체의 원료 출처, 성분, 제조 기준 서류가 함께 필요하다. 이 서류를 먼저 갖춘 공급자가 다음 계약을 가져간다.
정부와 업계에도 바라는 점이 있다. 우선 추진 중인 숙박업법이 소비자 보호와 함께 등록 사업자와 미등록 단기 임대 사이의 형평을 분명히 하길 바란다. 규칙을 지키는 사업자가 손해를 보는 구조로는 산업이 건강해질 수 없다. 또한 소규모 호텔이 에너지 절감 설비와 친환경 전환에 나설 수 있도록 저리 자금과 컨설팅을 묶어서 지원해 주길 바란다. 호텔의 비용이 줄어야 납품업체에 돌아오는 몫도 지켜진다. 관광객 유치 실적만이 아니라 지방 숙박업과 그 공급망의 수익성을 함께 보는 정책이 필요하다.
관광객 수가 회복되면 모든 것이 돌아오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방은 이미 늘었고 손님의 취향은 바뀌었다. 호텔이 체질을 바꾸는 지금, 납품하는 공장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손님이 머무는 방의 작은 비누 하나에도 그 변화가 담겨야 한다.
참고 자료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