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경제
수출 24%, 공장 불은 열에 여섯만 켜졌다
AI가 끌어올린 수출 호황, 소비재 중소 공장은 그 바깥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9월 태국 수출이 1년 전보다 24% 늘어 384억 달러를 넘었다. 27개월 연속 증가다. 상무부는 올해 수출 증가율 전망을 11%에서 15~16%로 올렸다. 숫자만 보면 호황이다. 그런데 같은 주에 나온 산업부 통계에서 9월 제조업 가동률은 60.58%였다. 공장 설비 열 대 가운데 네 대가 쉬고 있다는 뜻이다.
두 숫자가 함께 성립하는 이유는 성장의 내용에 있다. 수출을 끌어올린 것은 회로기판, 통신장비, 컴퓨터 같은 전자 제품이고, 그 뒤에는 세계적인 AI·데이터센터 투자 붐이 있다. 중앙은행도 9월 민간투자가 크게 뛴 배경으로 데이터센터용 장비 수입을 꼽았다. 반면 농산 가공품 수출은 여섯 달째 줄었고, 정유·석유화학·자동차 생산은 감소했다. 수입은 50.4%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장비와 부품을 들여와 조립해 내보내는 구조에서는 수출액이 커져도 국내 협력업체와 소비재 공장에 돌아오는 몫은 생각보다 작다.
현장에서 보면 체감은 더 분명하다. 비누나 바디케어처럼 국내 소비와 관광에 기대는 업종은 전자 수출 호황의 바깥에 있다. 중앙은행은 9월 소비가 호텔·식당 지출을 중심으로 둔화했고 소비자들이 생활비 부담에 더 조심스러워졌다고 밝혔다. 비내구재 소비가 정부의 공동부담 지원책에 일시적으로 기대고 있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지원이 끝나면 그 수요가 어디까지 남을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산업경제청장은 중동 정세가 에너지·운송비를 위협하고 제조업체가 늘어난 비용을 가격에 넘기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중소 제조업체는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나.
첫째, 호황의 흐름에 직접 올라탈 수 없다면 그 주변을 본다. 데이터센터와 전자 공장이 늘면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늘고, 기업 복지용품·단체 선물·위생용품 수요도 생긴다. 새 공단이 들어서는 지역의 B2B 납품처를 지금 목록으로 만들어 둘 만하다.
둘째, 정부 지원으로 버티는 매출과 스스로 만든 매출을 장부에서 나눠 본다. 공동부담 사업 기간의 판매 증가분을 따로 표시해 두면, 지원이 끝난 뒤의 실제 체력을 미리 가늠할 수 있다. 생산 계획과 원료 발주도 그 기준에 맞춰야 재고 부담을 줄인다.
셋째, 남는 설비를 비용이 아니라 자산으로 쓴다. 가동률이 낮다면 OEM·ODM 수주나 소량 주문 생산으로 빈 시간을 채울 수 있다. 9월부터 12월까지 내려간 전기요금은 그 계산을 조금 유리하게 만든다.
정부와 업계에도 바라는 점이 있다. 수출 통계를 발표할 때 전자와 비전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몫을 나눠 보여 주면 좋겠다. 평균은 정책을 안심시키지만 현장은 평균으로 살지 않는다. 전자 투자 유치가 국내 부품·소재 조달로 이어지도록 현지 조달 연계 프로그램을 키우고, 일시적 소비 지원보다는 중소기업이 판로와 인증, 설비 개선에 쓸 수 있는 지원으로 무게를 옮기길 바란다. 업계 단체들도 회원사의 가동률과 재고 흐름을 모아 정기적으로 내놓는다면 정책 논의가 훨씬 구체적이 될 것이다.
수출 24%는 반가운 숫자다. 다만 그 숫자가 모든 공장의 불을 켜 주지는 않는다. 쉬고 있는 기계 넉 대를 다시 돌리는 일, 이번 호황이 끝나기 전에 시작해야 할 숙제다.
참고 자료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