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비즈니스 관습
81%의 공장, 16%의 일자리 — 작은 공장의 사다리는 기록이다
세계은행이 짚은 태국 소기업의 생산성 격차, 인증과 기록과 작은 AI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태국 제조업체 다섯 곳 가운데 네 곳은 영세 기업이다. 그런데 이들이 맡는 제조업 일자리는 여섯 개 중 하나꼴이다. 세계은행 스티븐 은데그와 태국·미얀마 국장이 4일 방콕 경제 포럼에서 내놓은 숫자다. 영세 기업이 제조업체의 약 81%를 차지하지만 제조업 고용의 약 16%에 그치고, 소기업의 노동자 1인당 부가가치는 중견·대기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했다. 은행 대출을 쓰는 소기업은 약 40%로 중견기업(60%)보다 낮고, AI를 쓰는 소기업은 7%에 불과하다. 반면 수출 기업은 임금을 최소 10% 더 준다.
세계은행의 처방은 세 갈래다. 진입 장벽을 낮추고 경쟁을 키울 것, 소기업과 농가에 '작은 AI'를 보급할 것, 아세안 통합을 넓혀 중소기업을 수출 공급망에 끌어들일 것. 2037년 고소득국 진입을 위해서는 1인당 소득이 해마다 5.4%씩 늘어야 하는데, 팬데믹 이후 성장률은 연 2.2% 수준이다.
공장 현장에서 이 숫자는 낯설지 않다. 작은 공장은 바쁘다. 주문을 받고, 만들고, 보내는 일만으로 하루가 끝난다. 그러다 보니 공정을 문서로 남기고, 품질 기록을 쌓고, 인증을 준비하는 일은 늘 '다음 달'로 밀린다. 네이션 보도에 따르면 공정 혁신이나 품질 인증을 도입한 태국 기업은 8%에 그친다. 그런데 바로 그 기록과 인증이 수출 바이어가 가장 먼저 묻는 것이다. 화장품만 해도 유럽에 팔려면 제조 공정이 GMP 기준에 맞는지를 먼저 증명해야 한다. 인증서는 장식이 아니라 문을 여는 열쇠다. 수출 기업이 임금을 더 줄 수 있는 이유도 결국 이 문 안쪽의 단가에 있다.
그렇다면 작은 공장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첫째, 기록부터 시작한다. 원료 입고, 배합, 검사, 출하를 날짜와 담당자까지 한 장에 남기는 습관이 인증의 절반이다. 비싼 시스템이 없어도 스프레드시트로 충분하다.
둘째, 작은 AI는 큰 투자가 아니다. 재고 예측, 불량 사진 분류, 바이어 문서 번역처럼 사람이 매일 반복하는 일 하나를 골라 맡겨 보면 된다. 7%라는 숫자는 장벽이 높아서라기보다 시작하지 않아서일 가능성이 크다.
셋째, 거래를 디지털로 남긴다. 세계은행은 담보가 없는 기업도 디지털 거래 기록으로 신용을 평가받게 하자고 제안했다. 현금과 수기 장부로 돌아가는 공장은 그 기회에서 스스로 빠진다.
정부와 업계에도 바라는 것이 있다. 중소기업 지원은 기한과 성과 지표를 분명히 붙여 설계해야 한다는 세계은행의 지적에 동의한다. 인증 취득 비용을 한시적으로 돕되, 인증 후 수출이나 생산성이 실제로 늘었는지를 따져 다음 지원을 정하는 방식이면 좋겠다. 불필요한 규제를 정리하는 작업도 끝까지 마무리해 주기 바란다. 작은 공장에게 서류 한 장 줄이는 일은 사람 한 명을 버는 일과 같다. 은행권은 매출 장부 대신 전자 거래 기록을 읽는 심사 방식을 서둘러야 한다.
지금 태국은 유럽연합과 자유무역협정을 협상 중이다. 협정이 타결되면 관세는 낮아지겠지만 기준은 낮아지지 않는다. 문이 열릴 때 들어갈 수 있는 공장은 미리 기록을 쌓아 둔 공장이다. 81%의 공장이 16%의 일자리에 머무는 구조를 바꾸는 일은 거창한 개혁보다 오늘 작업일지 한 줄에서 시작된다.
참고 자료
- World Bank Sets Three-Step Plan to Lift Thai Productivity and Jobs (The Nation, 2026-11-04)
- World Bank Urges Thailand to Embrace 'Small AI' and Credit Reform to Jumpstart Growth (Kaohoon International, 2026-11-04)
- World Bank Group Report Identifies New Engines for Thailand's Next Phase of Growth (World Bank, 2026-09-03)
- EU Envoy: Thailand Can be Europe's Platform in Southeast Asia as FTA Talks Advance (The Nation, 2026-11-04)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