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경제
손님 수보다 비누 한 장의 값어치
관광 회복이 2031년 이후로 밀린 지금, 호텔·스파 공급망이 준비할 것

태국 관광의 회복 시계가 다시 늦춰졌다. 관광체육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 말까지 태국을 찾은 외국인은 약 2,546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4.59% 줄었고, 관광 수입은 1조 2,410억 바트로 2.85% 감소했다. 10월 한 달만 보면 감소 폭이 12%에 이른다. 태국상공회의소대학(UTCC)은 올해 외국인 관광객을 3,150만 명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약 3,300만 명보다 4.5% 적은 숫자다. 코로나 이전의 연 4,000만 명 수준은 2031년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업계 전망도 나왔다.
같은 주 런던 세계여행박람회(WTM)에서 태국관광청(TAT)은 '2030 지속가능 관광 비전'을 내놓았다. 핵심 구호는 "양보다 가치(Value over Volume)", 그리고 "치유가 새로운 사치(Healing is the New Luxury)"다. 주요 관광지 19곳과 관광 공동체 55곳을 키우고, 기존 관광지와 신흥 지역의 방문객 비중을 60대 40으로 나누겠다는 목표도 담겼다. 탄소발자국을 관리하는 호텔 인증도 함께 소개됐다.
공장에서 이 두 소식을 나란히 놓고 보면 메시지는 분명하다. 손님 수가 예전처럼 늘어나기를 기다리는 전략은 당분간 통하지 않는다. 호텔 객실 어메니티, 스파용 비누와 오일처럼 관광객 수에 따라 주문량이 움직이던 제품은 물량이 아니라 단가와 품질로 버텨야 한다. 눈여겨볼 대목도 있다. 관광객 수 감소 폭보다 관광 수입 감소 폭이 작다. 덜 오지만 머무는 사람은 조금 더 쓴다는 뜻이다. 정부가 말하는 '가치' 관광이 숫자로 먼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중소 제조업체는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첫째, 거래처 지도를 다시 그려야 한다. 매출에서 외국인 관광 의존도가 얼마인지, 특정 국적 단체관광에 기댄 호텔·상점에 몰려 있지는 않은지 점검할 때다. 올해 1~10월 한국인 방문객은 27% 가까이 줄었고, 중국 단체관광도 연말에 크게 줄 수 있다는 여행업계 경고가 나왔다. 반면 국내 여행은 늘었다. 내국인 여행 수요를 겨냥한 판로를 함께 키워 두는 것이 위험을 나누는 길이다.
둘째, 친환경을 말이 아니라 서류로 준비해야 한다. 호텔이 탄소 관리 인증에 나설수록 납품업체에 요구하는 자료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원료 출처, 포장재 무게와 재활용 여부, 리필형 용기 전환 계획 같은 정보를 지금부터 정리해 두는 공장이 입찰에서 앞선다.
셋째, '치유'라는 말에 근거를 채워야 한다. 웰니스 관광객은 성분과 출처를 묻는다. 태국 원료의 이야기, 식약청(FDA) 신고 내역, 제조 공정의 위생 기준을 고객이 확인할 수 있게 보여 주는 것이 광고 문구보다 힘이 있다.
정부와 업계에 바라는 것도 있다. 고가치 관광을 내세운다면 그 가치의 상당 부분은 호텔 욕실과 스파 선반 위의 '태국산'에서 나온다. 친환경 호텔 인증 기준에 지역 중소 제조업체 조달을 우대하는 항목을 넣고, 작은 납품업체가 탄소발자국을 산정할 수 있도록 공동 도구와 교육을 지원해 주기 바란다. 관광 통계도 방문객 수만이 아니라 1인당 지출과 체류 기간, 지역별 소비를 더 촘촘히 공개해 준다면 공급망 전체가 계획을 세우기 쉬워진다.
4,000만 명이 다시 올 날을 기다리며 창고를 채우는 것보다, 오는 손님 한 명이 손에 쥐는 비누 한 장의 가치를 높이는 편이 빠르다. 관광은 숫자로 회복되기 전에 품질로 먼저 회복된다.
참고 자료
- Chinese arrivals to Thailand could fall 20% in final two months of 2026 (The Nation)
- Thailand's tourism recovery falters as Asian rivals gain ground (The Nation)
- Thailand Records 25 Million Foreign Tourist Arrivals in 10M26 (Kaohoon International)
- Thailand's Tourism Sector Faces Prolonged Recovery Horizon (Thailand Business News)
- Thailand Unveils 2030 Vision for High-Value, Sustainable Tourism at WTM London (Thailand Business News)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