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사회
졸업장은 남고 일손은 모자란다
대졸 청년 실업 14% 시대, 중소 제조업이 먼저 공장 문을 열어야 하는 이유

태국의 실업률은 1% 안팎이다. 숫자만 보면 일자리 걱정이 없는 나라처럼 보인다. 그런데 지난 20일 방콕에서 열린 한 경제 포럼에서 소개된 수치는 다른 얼굴을 보여 준다. 15~24세 가운데 학사 이상 학위를 가진 청년의 실업률은 13~14%에 이른다는 것이다. 카시콘리서치센터도 2분기 실업자가 40만 1,000명으로 1년 새 10% 늘어 일곱 분기 만에 가장 많았고, 그중 약 44%인 17만 4,000명이 20~24세 졸업생이라고 분석했다.
같은 연구소는 2025년부터 2029년까지 태국에 고숙련 인력 약 110만 명이 필요하다고 본다. 수요의 70% 가까이가 항공·물류, 스마트 전자·로봇, 디지털 산업에 몰려 있다. 반면 졸업생의 60% 이상이 인문·사회 계열이고, 이공계 비중은 2020년 23.2%에서 2025년 22.3%로 오히려 줄었다. 사람은 남는데 필요한 사람은 모자란다. 전형적인 미스매치다.
제조 현장에서 이 숫자는 낯설지 않다. 공장이 원하는 것은 학위 그 자체보다 설비를 이해하고, 품질 기록을 정확히 남기고, 문제가 생겼을 때 원인을 따라갈 줄 아는 사람이다. GMP 같은 품질 체계를 운영하는 공장이라면 더욱 그렇다. 졸업장과 현장 역량 사이의 거리를 누가 메울 것인가. 그동안은 학교와 정부의 몫이라 여겨 왔지만, 이제는 그 비용을 고스란히 기업이 치르고 있다. 뽑을 사람이 없어서 못 뽑고, 뽑은 뒤에는 처음부터 가르쳐야 한다.
AI는 이 간극을 더 벌린다. 같은 포럼에서 한 기업교육 업체는 태국 기업 직원들의 AI 활용 역량이 4단계 척도에서 평균 1.8에 그친다고 전했다. AI가 내놓은 답을 확인 없이 받아쓰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사무직의 단순 업무가 줄어드는 만큼, 기계와 데이터를 함께 다룰 줄 아는 사람의 몸값은 오른다.
중소 제조업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세 가지다.
첫째, 학위보다 직무를 먼저 정의하자. 각 공정에 실제로 필요한 기술을 목록으로 만들어 두면 전공과 상관없이 배울 의지가 있는 청년을 뽑아 키울 수 있다. 인문계 졸업생도 품질 문서와 고객 대응에서는 충분히 제 몫을 한다.
둘째, 인근 대학·직업학교와 현장실습을 엮자. 학생 때 한두 달이라도 공장을 경험한 인재는 입사 후 적응 속도가 다르다. 기업 입장에서는 채용 전에 서로를 확인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셋째, 배우는 시간을 근무 시간 안에 넣자. 주 2~3시간이라도 엑셀, 데이터 기록, 기초 AI 도구를 익히게 하면 1년 뒤 생산성의 차이가 쌓인다. 교육은 비용이 아니라 설비 투자와 같은 자산이다.
정부와 업계에도 바라는 점이 있다. 대학 정원과 교육과정이 산업 수요를 따라가도록 기업의 목소리를 정례적으로 반영하는 통로가 필요하다. 중소기업이 실습생과 신입 교육에 쓰는 비용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이나 훈련비 지원을 서류 부담 없이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대기업만 쓸 수 있는 지원책은 미스매치를 줄이지 못한다. 업종 단체 차원에서 공동 교육 과정을 만드는 것도 작은 공장들이 함께 비용을 나누는 현실적인 방법이다.
일자리가 없는 청년과 사람을 못 구하는 공장이 같은 도시에 함께 있다. 둘 사이를 잇는 다리는 누가 놓아 주기를 기다릴 일이 아니다. 지금 공장 문을 조금 더 열어 두는 기업이 5년 뒤 사람 걱정을 덜 하게 될 것이다.
참고 자료
- Young Thai graduate unemployment reaches 14% as AI reshapes jobs (The Nation)
- 174,000 young Thai graduates unemployed amid skills mismatch (The Nation)
- AI boom leaves Thai graduates facing a tougher job hunt (The Star/Bloomberg)
- Thai labour market warning as long-term unemployment jumps 27% (The Nation)
- Thai Enquirer News Summary - October 21, 2026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