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비즈니스 관습
태국-EU FTA, 관세보다 먼저 넘어야 할 문턱
연내 타결을 앞둔 지금, 중소 제조업체는 원산지와 서류부터 준비해야 한다

태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마지막 고비에 들어섰다.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푸껫에서 열린 10차 협상에서 위생검역, 서비스·투자 등 상당수 분야가 잠정 타결됐고, 앞으로는 전체 협상 대신 시장 개방과 남은 쟁점만 따로 다루는 방식으로 넘어간다. 정부 목표는 연내 타결이다. 무역대표는 19일 네덜란드 측에 쌀·닭고기·참치 통조림의 시장 접근 확대를 요청했다. 남은 쟁점은 관세 인하 일정과 민감 품목, 원산지 규정, 지식재산권, 노동·환경 기준이다.
숫자만 보면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해 양측 교역은 450억 달러를 넘었고, 태국의 대EU 수출은 약 260억 달러였다. EU는 태국의 네 번째 교역 상대다. 그런데 베트남과 싱가포르는 이미 EU와 FTA를 맺고 낮은 관세로 팔고 있다. 협정이 늦어진 만큼 태국 제품은 같은 선반에서 관세만큼 불리한 출발선에 서 왔다.
다만 공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관세는 절반의 이야기다. 유럽 시장의 진짜 문턱은 규제와 서류다. 화장품만 해도 역내 책임자 지정, 제품 정보 파일, 안전성 평가, 사전 등록을 갖추지 않으면 관세가 0이어도 통관이 안 된다. 여기에 올해 8월부터 적용된 포장·포장재 폐기물 규정(PPWR),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산림벌채 규정(EUDR) 같은 지속가능성 규제가 공급망 전체에 추적 가능성을 요구한다. 협정문에도 노동·환경 기준이 강제력 있는 조항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결국 관세가 내려가는 날, 준비된 회사와 준비되지 않은 회사의 차이가 더 벌어진다.
중소 제조업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세 가지다.
첫째, 원산지 증빙을 미리 정리하는 것이다. FTA 혜택은 원산지를 증명할 수 있는 회사만 받는다. 주요 원료와 부자재의 원산지, 공급처, 가공 공정을 지금부터 품목별로 기록해 두면 협정 발효 뒤 바로 특혜 관세를 신청할 수 있다.
둘째, 유럽 기준의 서류를 한 제품이라도 먼저 만들어 보는 것이다. 성분표, 안전성 자료, 라벨 문구, 포장재 재질 정보를 EU 요건에 맞춰 정리해 보면 어디가 비어 있는지 드러난다. 이미 ISO나 GMP 체계를 갖춘 회사라면 그 기록이 출발점이 된다.
셋째, 포장과 원료의 지속가능성을 점검하는 것이다. 재활용이 어려운 복합 소재, 출처가 불분명한 팜오일 유도체처럼 나중에 문제가 될 부분을 지금 바꾸는 편이 싸다. 유럽 바이어는 가격보다 먼저 이 질문을 던진다.
정부와 업계에 바라는 점도 분명하다. 협상팀은 쌀과 닭고기 못지않게 중소 가공업체가 실제로 쓸 수 있는 원산지 규정을 얻어내야 한다. 기준이 너무 까다로우면 협정은 대기업만의 혜택이 된다. 타결 뒤에는 품목별 관세 일정과 원산지 기준을 태국어로 쉽게 풀어 주고, 중소기업의 EU 인증·등록 비용을 지원하는 창구가 필요하다. 거론되는 FTA 지원 기금도 피해 보상에만 그치지 말고 수출 준비를 돕는 데 쓰여야 한다. 업종 협회는 공동 시험과 공동 서류 작업으로 한 회사가 혼자 지기 어려운 비용을 나눌 수 있다.
FTA는 문을 열어 줄 뿐, 대신 걸어 들어가 주지는 않는다. 협상 테이블이 마무리되는 지금이 공장 안의 준비를 시작할 때다.
참고 자료
- Thailand–EU trade negotiations face key decisions on market access (The Nation)
- Thailand targets wider EU access for 3 food exports in 2026 deal bid (The Nation)
- EU, Thailand provisionally close most FTA chapters after 10th negotiating round (MLex)
- Thai-EU FTA opens doors, but Thailand must raise its standards (Thai PBS World)
- Why Thailand is betting big on a trade deal with Europe (Thailand NOW)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