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전문가 칼럼 · 생활
골목 입구의 주황색 조끼, 방콕의 '윈 모떠사이'
지하철역과 집 사이 마지막 1km를 잇는 오토바이 택시, 그 안에 담긴 태국 도시의 이웃 문화

방콕의 큰길에서 골목으로 접어드는 입구에는 늘 비슷한 풍경이 있다. 플라스틱 의자 몇 개, 나무 그늘이나 작은 차양, 그리고 주황색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오토바이 옆에 앉아 손님을 기다린다. 태국 사람들은 이곳을 윈 모떠사이(วินมอเตอร์ไซค์), 줄여서 '윈'이라고 부른다. 지하철역에서 내린 뒤 집까지 남은 1~2km, 걷기엔 멀고 택시를 타기엔 가까운 그 거리를 이들이 책임진다.
규모는 생각보다 크다. 방콕시청(BMA)이 2025년 7월 밝힌 바에 따르면 방콕에 등록된 오토바이 택시 승강장은 5,365곳, 등록 기사는 7만 9,521명이다. 승강장의 위치도 흥미롭다. 차도 위가 2,107곳, 인도 위가 1,497곳, 사유지가 1,186곳이다. 남의 가게 앞이나 건물 마당 한쪽에 자리를 잡은 윈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시는 2025년 8월부터 연말까지 모든 승강장을 점검하고 정비하는 사업을 벌였다.
윈은 아무나 차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사는 노란색 영업용 번호판을 달고, 공공 운송 면허를 받고, 승강장 이름과 번호가 등에 찍힌 조끼를 입어야 한다. 요금에도 법정 상한이 있다. 교통부 규정은 오랫동안 처음 2km까지 25바트를 넘지 못하게 하고, 그 뒤로는 거리에 따라 킬로미터당 상한을 두었다. 15km를 넘는 먼 거리는 기사와 손님이 미리 합의하도록 했다. 기사는 요금을 손님에게 알리거나 잘 보이게 게시해야 한다.
숫자 뒤에는 태국 도시의 구조가 보인다. 방콕은 큰 도로에서 가지처럼 뻗어 나간 골목, 소이(ซอย)로 이루어진 도시다. 소이는 길고 좁으며 버스가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 많다.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마지막 구간'을 오토바이가 메워 온 것이다. 그래서 윈은 단순한 운송 수단이 아니라 동네의 일부가 된다. 같은 자리에서 매일 아침 같은 사람을 태우고, 아이를 학교까지 데려다주고, 골목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태국 사람들이 기사를 부를 때 흔히 쓰는 말이 피윈(พี่วิน)이다. 피(พี่)는 손위 형제를 부르는 말이다. 처음 보는 기사에게도 '형님', '언니' 같은 호칭을 붙이는 셈이다. 방콕시가 기사들을 위한 전기 오토바이 시범 사업에 'EV 퍼 피윈'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이런 정서를 반영한다. 서비스를 사고파는 관계이면서도 동시에 이웃이라는 감각, 그것이 윈 문화의 바탕이다.
한국인이 알아 두면 좋은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타기 전에 목적지와 요금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예의이자 안전장치다. 요금표가 붙어 있으면 그것을 가리키면 되고, 없으면 "타올라이 크랍/카(เท่าไหร่ครับ/คะ)?" 하고 가볍게 묻는다. 요금을 미리 정해 두면 내릴 때 서로 얼굴 붉힐 일이 없다.
둘째, 조끼의 번호와 승강장 이름을 눈여겨보자. 물건을 두고 내렸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연락할 단서가 된다. 시청도 민원을 넣을 때 조끼 번호를 적어 달라고 안내한다.
셋째, 사무실이나 공장 근처 윈과 좋은 관계를 맺어 두면 쓸모가 많다. 서류나 작은 물건을 급히 전달해야 할 때, 직원이 늦은 시간 역까지 나가야 할 때, 늘 같은 자리에 있는 피윈은 앱보다 믿음직한 동네 사람이 된다.
요즘 방콕에는 배달·호출 앱의 오토바이도 많아졌지만, 골목 입구의 주황색 조끼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도시가 아무리 빨라져도 마지막 몇백 미터는 결국 사람이 사람을 태워 나른다. 그 짧은 거리 위에서 태국의 도시 생활이 얼마나 이웃의 손에 기대어 돌아가는지를 보게 된다.
참고 자료
- Daily News – กทม. วินมอเตอร์ไซค์ 5,365 จุด ผู้ขับขี่ 79,521 คน (2025.7)
- THE STANDARD – BMA to inspect all motorcycle taxis (2025.7)
- Time Out Bangkok – Bangkok's motorbike taxi stands to get major upgrade (2025.8)
- Matichon – ค่าโดยสารมอเตอร์ไซค์รับจ้าง อัตราตามกฎหมาย (2022)
- Khaosod English – Rates for Long Moto-Taxi Rides Get Green Light (2015)
- Al Jazeera – Revved-up: Bangkok's moto-taxi drivers (2019)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