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산업 · 공식 기관 소식
M31NEWS
수집 원칙

태국 전문가 칼럼 · 여행·지역

메콩강변의 느린 아침, 러이의 치앙칸(เชียงคาน)

나무집과 찹쌀밥 공양, 운해가 있는 국경 마을이 속도를 지키는 법

M31 NEWS · OPINION · Thailand, Business, Industry
M31 NEWS 오피니언 · 자체 제작 AI 일러스트

메콩강을 따라 늘어선 낡은 나무집, 해 질 무렵 강 건너 라오스 산등성이로 번지는 노을, 새벽 길을 걷는 승려들. 태국 북동부 러이(เลย) 주의 작은 강변 마을 치앙칸(เชียงคาน)은 해마다 이맘때부터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한다. 우기가 끝나고 아침 공기가 서늘해지는 계절, 이 마을의 진짜 얼굴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치앙칸은 메콩강 남쪽 기슭에 자리 잡고 있고, 강 건너편은 라오스의 사나캄이다. 방콕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이곳은 19세기 말 강 건너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터를 잡으며 교역 마을로 커졌고, 1975년 라오스 정권 교체로 강을 오가던 교역이 끊기면서 한동안 조용히 잊혔다. 그 정체된 시간이 오히려 옛 나무집과 강변길을 남겼다. 2000년대 초부터 여행자들이 이 풍경을 찾아오기 시작했고, 지금은 강을 따라 이어진 차이콩 길(ถนนชายโขง)의 나무집 상당수가 게스트하우스와 카페, 작은 가게로 바뀌었다. 저녁이면 이 길은 걷는 거리가 되어 먹거리와 기념품 노점이 줄지어 선다.

이 마을의 하루는 새벽에 시작된다. 동이 틀 무렵 승려들이 줄지어 거리를 걸으면, 주민들은 길가에서 찹쌀밥 카오니아우(ข้าวเหนียว)를 한 줌씩 발우에 올린다. 탁밧(ตักบาตร), 곧 아침 공양이다. 찹쌀을 주식으로 삼는 이산과 라오스의 식문화가 신앙 생활과 그대로 겹쳐 있는 장면이다. 여행자도 숙소나 노점에서 공양 세트를 사서 함께할 수 있다.

해가 오르기 전에는 마을에서 3km 남짓 떨어진 작은 산 푸톡(ภูทอก)에 오르는 사람이 많다. 10월부터 2월 사이 운이 좋은 아침이면 메콩강 위로 운해, 탈레목(ทะเลหมอก)이 깔린다. 마을 동쪽의 급류 지대 깽쿳쿠(แก่งคุดคู้)에서는 강변 식당에 앉아 강물을 바라보고, 코코넛을 달게 졸인 마프라오깨우(มะพร้าวแก้ว)를 기념품으로 사 간다.

치앙칸 사람들이 이 풍경을 대하는 태도는 흥미롭다. 관광객이 몰리자 주민들은 스스로 건물 높이와 색, 양식을 정한 규약을 만들고, 걷는 거리에 술집과 클럽이 들어서지 못하게 했다. 돈이 되는 길을 알면서도 마을의 속도를 지키기로 한 셈이다. 반면 같은 보도는 한때 100가구가 넘던 어업 가구가 40가구 안팎으로 줄었다는 주민들의 걱정도 전한다. 고즈넉함은 그냥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애써 지키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이 치앙칸을 찾을 때 알아 두면 좋은 점이 있다.

첫째, 일정은 평일로 잡는 편이 낫다. 11월부터 2월까지의 서늘한 계절, 특히 주말에는 태국 국내 여행자가 몰려 숙소가 일찍 찬다. 방콕 모칫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로 9~10시간이 걸리고, 비행기를 타면 약 50km 떨어진 러이 공항을 이용한다.

둘째, 탁밧은 구경거리가 아니라 주민들의 일상 의례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참여하지 않는다면 조금 떨어진 곳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승려의 길을 막거나 얼굴 가까이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는 것이 예의다.

셋째, 걷는 거리만 보고 떠나지 않았으면 한다. 새벽 강가의 어부, 골목 안쪽의 오래된 절, 주민이 직접 꾸리는 강변 체험처럼 마을의 생활에 닿는 곳에 시간과 돈을 쓰는 것이 이 마을을 오래 지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치앙칸의 매력은 화려한 볼거리가 아니라 느린 리듬에 있다. 새벽 찹쌀밥 한 줌과 저녁 강바람 사이, 강 건너 불빛을 바라보며 잠시 멈춰 서는 시간. 서늘한 계절이 오면, 그 느린 하루를 한 번쯤 살아 보기를 권한다.

참고 자료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 의견입니다

← 오피니언 전체 목록

M31 태국뉴스

이 콘텐츠 공유하기

FacebookThreadsLINEX이미지 저장

오피니언 목록

전체 보기 →

관심 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