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산업 · 공식 기관 소식
M31NEWS
수집 원칙

태국 전문가 칼럼 · 음식

손으로 쥐는 밥, 이산의 찹쌀 카오니아우

대나무 바구니 하나를 나누는 태국 북부·동북부의 밥상, 그리고 그 안의 마음

M31 NEWS · OPINION · Thailand, Business, Industry
M31 NEWS 오피니언 · 자체 제작 AI 일러스트

태국 공장 근처 길가에서는 이른 아침마다 비슷한 풍경이 펼쳐진다. 숯불 위에서 돼지고기 꼬치가 익고, 그 옆 작은 비닐봉지에는 하얀 밥 한 덩이가 담긴다. 출근길 사람들은 그 봉지를 받아 들고 걸어가면서 밥을 손으로 조금씩 떼어 고기와 함께 먹는다. 무삥(หมูปิ้ง)과 카오니아우(ข้าวเหนียว), 곧 숯불 돼지꼬치와 찹쌀밥이다. 숟가락도 그릇도 없이 손만으로 끝나는 이 아침밥에는 태국 북부와 동북부 이산 지역의 오랜 식생활이 담겨 있다.

찹쌀이 주식인 지역

한국에서 찹쌀은 떡이나 약식, 명절 음식의 재료다. 그러나 태국 북부와 이산에서는 찹쌀이 매일 먹는 주식이다. 방콕을 비롯한 중부와 남부는 대체로 멥쌀을 지어 먹고 찹쌀은 디저트에 쓰는 편이니, 같은 나라 안에서도 밥상의 기본이 다른 셈이다. 국경 너머 라오스 역시 찹쌀을 주식으로 삼는다.

조리법도 다르다. 쌀을 몇 시간에서 하룻밤 동안 물에 불린 뒤, 원뿔 모양의 대나무 찜 바구니에 담아 끓는 물 위에서 쪄 낸다. 일반 전기밥솥으로는 제맛이 나지 않아 지금도 대나무 바구니를 쓰는 집이 많다. 다 찐 밥은 뚜껑 달린 대나무 밥통 끄라띱(กระติ๊บ)에 옮겨 담는다. 끄라띱은 밥이 쉽게 굳지 않게 해 주어, 아침에 찐 밥을 들고 논이나 일터로 나가 점심까지 먹을 수 있었다.

오늘날 이산에서 가장 널리 심는 찹쌀 품종은 RD6이다. 태국 대표 향미인 카오 홈 말리(KDML105)에 감마선을 쬐어 얻은 돌연변이 품종으로, 1977년에 보급되었다. 향이 좋고 식감이 부드러워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농가에서 꾸준히 선택받고 있다. 이산 음식이 식당과 길거리, 관광객 사이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찹쌀 수요도 지방을 넘어 전국으로 넓어지고 있다.

한 바구니를 나누는 마음

찹쌀밥을 먹는 방식에는 이 지역 사람들의 정서가 묻어난다. 시골 밥상에서는 끄라띱 하나를 가운데 두고 식구들이 저마다 손을 넣어 밥을 덜어 간다. 손끝으로 작은 덩이를 떼어 동글게 쥔 다음 쏨땀(ส้มตำ)이나 랍(ลาบ)의 양념에 찍어 먹는다. 각자 밥그릇을 받는 식탁과 달리, 한 바구니를 함께 비우는 식사는 그 자체로 가까움의 표현이 된다.

찹쌀밥은 또 일하는 사람의 밥이다. 들고 다니기 쉽고, 오래 두어도 먹을 수 있으며, 적은 양으로도 든든하다. 일자리를 찾아 방콕과 공업 지대로 온 이산 출신 노동자들이 고향의 맛을 함께 가져오면서, 쏨땀과 찹쌀밥은 이제 태국 어느 도시에서나 쉽게 만나는 음식이 되었다. 공장 점심시간에 직원들이 둘러앉아 찹쌀밥을 나누는 모습은 그 흐름의 한 장면이다.

한국인이 알아 두면 좋은 점

첫째, 손으로 먹는 것을 어색해하지 않아도 된다. 찹쌀밥은 손으로 조금씩 떼어 먹는 것이 자연스러운 방식이다. 함께 먹는 바구니라면 한 번에 크게 뜯기보다 작게 덜어 오는 편이 보기에 좋다.

둘째, 이산 음식 자리를 관계의 기회로 삼을 만하다. 태국 제조업 현장에는 이산 출신 직원이 많다. 회식 자리에서 쏨땀과 까이양(ไก่ย่าง), 찹쌀밥을 함께 나누며 고향 이야기를 묻는 것은 어떤 격식 있는 식사보다 마음을 여는 데 도움이 된다.

셋째, 찹쌀밥은 식으면 금세 굳는다. 끄라띱이나 바구니의 뚜껑을 꼭 덮어 두는 것이 기본이다. 식당에서 대나무 밥통에 담겨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손끝에 남는 온기

한국 사람에게 밥은 숟가락으로 뜨는 것이지만, 이산 사람에게 밥은 손으로 쥐는 것이다. 손바닥에 닿는 따뜻한 찹쌀 한 덩이에는 논에서 일하던 부모 세대의 하루와,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일하는 자식 세대의 그리움이 함께 들어 있다. 다음에 길가에서 작은 봉지에 담긴 찹쌀밥을 보거든, 그것이 한 지역 사람들이 먼 길을 함께 들고 온 주식이라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좋겠다. 태국을 이해하는 길은 때로 손끝에서 시작된다.

참고 자료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 의견입니다

← 오피니언 전체 목록

M31 태국뉴스

이 콘텐츠 공유하기

FacebookThreadsLINEX이미지 저장

오피니언 목록

전체 보기 →

관심 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