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전문가 칼럼 · 문화
손을 어디까지 올릴까, 태국 인사 와이(ไหว้)의 높이
두 손을 모으는 짧은 인사에 담긴 태국식 관계 읽기와 존중의 순서

태국에 처음 온 한국인이 가장 먼저 따라 하는 동작은 아마 두 손을 모으는 인사일 것이다. 공항 직원도, 호텔 프런트도, 회의실에서 처음 만난 거래처 사람도 손을 모은다. 그런데 몇 번 따라 하다 보면 이상한 점이 눈에 들어온다. 같은 와이(ไหว้)인데 어떤 사람은 손을 가슴 앞에 두고, 어떤 사람은 코끝까지 올리며 고개를 깊이 숙인다. 이 손의 높이에 태국 사회가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읽는 방식이 담겨 있다.
와이는 두 손바닥을 맞대고 손끝을 위로 세운 채 얼굴 쪽으로 올리며 고개를 살짝 숙이는 인사다. 만날 때와 헤어질 때뿐 아니라 고마움이나 미안함을 전할 때, 사원에서 불상 앞에 설 때도 쓴다. 말로는 보통 "사왓디(สวัสดี)"를 함께 하는데, 남성은 끝에 "크랍(ครับ)", 여성은 "카(ค่ะ)"를 붙인다.
손의 높이는 상대에 따라 달라진다. 스님에게는 엄지를 미간에 대고 이마 쪽으로 손을 올린다. 부모나 웃어른, 상사에게는 엄지가 코끝에 닿을 정도로 올리고 고개를 숙인다. 비슷한 나이나 지위의 사람끼리는 더 낮은 위치에서 가볍게 한다. 요즘 도시에서는 이 구분이 많이 단순해져서 가슴 앞에서 손을 모으고 고개만 살짝 숙이는 사람도 흔하다. 그래도 손을 높이 올리고 고개를 깊이 숙일수록 존경의 크기가 커진다는 원칙은 그대로 살아 있다.
순서에도 규칙이 있다. 나이나 지위가 낮은 사람이 먼저 와이를 하고, 윗사람은 그보다 낮은 위치, 대개 가슴 높이에서 받아 준다. 직원이 사장에게, 학생이 선생님에게, 손아랫사람이 어른에게 먼저 손을 모은다. 서 있는 사람이 앉아 있는 어른에게 인사할 때는 몸을 더 낮춘다. 스님은 와이를 받기만 하고 돌려주지 않으며, 어른이 아이에게 먼저 와이를 하는 일도 없다.
이렇게 보면 와이는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나는 당신과의 관계를 이렇게 이해하고 있다"는 짧은 표시다. 태국 사람들은 처음 만난 자리에서 나이, 직함, 소개해 준 사람과의 관계를 빠르게 가늠하고 손의 높이를 정한다. 태국 가정에 손님을 들일 때 주인이 서로를 소개해 주는 것도 누가 누구에게 어떻게 인사해야 하는지 알려 주기 위해서다. 위아래를 확인하는 일이 서로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각자 자리를 알게 해 마음을 놓게 하는 장치인 셈이다.
태국에서 일하거나 생활하는 한국인이 알아 두면 좋은 점을 몇 가지 정리해 본다.
첫째, 받은 와이에는 반응하는 것이 기본이다. 직원이나 아랫사람이 손을 모아 인사하면 가슴 높이에서 가볍게 와이를 돌려주거나, 최소한 미소와 고개 끄덕임, "사왓디 크랍/카"로 답한다. 못 본 척 지나치면 무례하게 느껴질 수 있다.
둘째, 돈을 내고 서비스를 받는 상대에게 먼저 깊은 와이를 할 필요는 없다. 식당 종업원이나 상점 직원, 택시 기사에게 먼저 고개를 깊이 숙이면 상대가 오히려 당황할 수 있다. 미소와 "컵쿤 크랍/카(ขอบคุณ)" 한마디면 충분하다.
셋째, 거래처와의 첫 만남에서는 상대의 나이와 직급을 보고 손 높이를 조절하되, 확신이 서지 않으면 가슴과 턱 사이에서 공손하게 하는 편이 무난하다. 외국인의 작은 실수에는 태국 사람들이 대체로 너그럽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각도보다 상대를 존중하려는 태도가 보이느냐다.
손을 모으는 짧은 순간에 태국 사람들은 상대와의 거리를 재고, 존중을 건네고, 관계를 확인한다. 이 인사를 몸에 익히다 보면 태국 사회가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도 질서를 지키는 방식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와이의 높이를 읽을 줄 알게 되는 날, 태국은 조금 더 가까운 곳이 된다.
참고 자료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