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물은 빠져도 거래처는 돌아오지 않는다
홍수 피해 중소 제조업에 필요한 것은 빠른 자금 지원과 공급망 회복이다

태국 산업부가 집계한 이번 홍수의 산업 피해 규모가 나왔다. 10월 13일 기준 59개 도에서 4,635개 사업장이 피해를 입었고, 잠정 피해액은 약 182억 1천만 바트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산업단지 안에서 발생했고, 도별로는 촌부리 한 곳의 피해가 179억 바트에 달한다. 앞서 촌부리 아마타시티 산업단지에서는 흙제방이 무너지면서 34개 공장이 가동을 멈췄고, 부품 공급이 끊기자 완성차 업체 다섯 곳이 일시적으로 생산을 중단했다.
숫자보다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산업부 위기관리센터 조사에서 피해 사업장의 77.6%가 긴급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가장 먼저 원한 것은 운영 재개를 위한 자금이었다. 기계 수리보다 돈이 먼저라는 뜻이다. 공장은 물이 빠지면 다시 돌릴 수 있지만, 그 사이 급여와 원료 대금, 거래처 결제는 멈추지 않는다.
현장에서 보면 홍수 피해는 두 번 온다. 첫 번째는 물에 잠긴 설비와 재고다. 두 번째는 납품을 못 한 기간 동안 거래처가 다른 공급처를 찾는 일이다. 자동차 부품업계에서는 새 협력사 승인에 1년 가까이 걸린다고 한다. 바꿔 말하면 한 번 빠진 자리는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화장품과 생활용품도 다르지 않다. 모던트레이드 매대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정부 지원책도 나와 있다. SME D Bank는 원리금 상환을 최대 12개월 유예해 주고, 중소기업개발기금은 3개월 상환 유예를 내놓았다. 다만 SME D Bank 유예에 참여한 차주는 지금까지 539명이다. 피해 사업장 수와 견주면 아직 적다. 지원이 부족한 것인지, 몰라서 못 쓰는 것인지, 서류가 번거로운 것인지는 따져볼 일이다.
중소 제조업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세 가지라고 본다.
첫째, 피해를 바로 숫자로 정리하는 것이다. 설비, 원료, 완제품, 가동 중단 일수를 사진과 함께 기록해 두어야 보험 청구와 지원 신청이 빨라진다. 피해가 없었더라도 이번 기회에 우리 공장의 침수 위험 지점을 점검해 두는 것이 좋다.
둘째, 거래처에 먼저 연락하는 것이다. 언제 납품이 가능한지, 대체 생산이 가능한지 솔직하게 알리는 회사가 신뢰를 지킨다. 침묵은 거래처를 경쟁사로 보낸다.
셋째, 원료와 공급처를 한 곳에 몰아두지 않는 것이다. 핵심 원료는 지역을 달리한 두 번째 공급처를 확보하고, 안전재고를 몇 주 더 들고 가는 비용을 보험료라고 생각해야 한다.
정부와 업계에 바라는 점도 분명하다. 지원은 규모보다 속도와 접근성이 중요하다. 피해 확인과 대출 유예를 한 창구에서 처리하고, 태국어 서류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계 중소기업도 쓸 수 있도록 안내를 넓혀 주었으면 한다. 산업단지는 제방과 배수 시설의 점검 결과를 입주 기업과 공유해야 한다. 정부가 차오프라야 유역 장기 물관리에 대규모 투자를 검토한다는 소식은 반갑지만, 공장주에게 필요한 것은 내년 우기 전에 보이는 변화다.
2011년 대홍수 이후 태국 제조업은 많은 것을 배웠다. 이번 홍수가 묻는 것은 그 교훈이 서류가 아니라 현장에 남아 있느냐는 것이다. 물은 언젠가 빠진다. 그 뒤에 누가 먼저 일어서느냐는 준비가 정한다.
참고 자료
필자의 견해를 담은 오피니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