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파리의 분노는 태국 공장의 원가표와 연결돼 있다
생활비와 에너지 충격 앞에서 태국 중소기업이 살펴야 할 세 가지

지난 17일 토요일, 프랑스 전역이 거리로 나왔다. 프랑스 당국은 전국에서 55만 명, 주최 측은 80만 명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집계했다. 9월 중순 파리 근교 크레테유의 한 고등학교에서 낡은 교실과 교사 부족에 항의하며 시작된 움직임은 한 달 만에 생활비 상승, 무너지는 공공서비스, 미래에 대한 불안을 외치는 전국 시위로 번졌고, 2018년 '노란 조끼' 운동 참여자들까지 가세했다. 일부 도시에서는 폭력 사태가 벌어져 1,800명 넘게 체포됐고, 파리와 마르세유, 리옹, 보르도에서 수백 곳의 상점이 약탈을 당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긴급회의를 열고 대국민 담화를 예고했다.
태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 장면을 먼 나라 이야기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이번 시위의 뿌리에는 생활비가 있다. 그리고 생활비를 끌어올린 에너지 충격은 프랑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주 방콕에서 폐막한 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IMF는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렸어도 세계 에너지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유조선 운항이 하루 멈출 때마다 납기가 최소 40일씩 밀릴 수 있고, 그 여파는 원유와 가스를 넘어 나프타와 비료까지 번진다는 것이다.
나프타는 플라스틱 용기와 포장재의 원료다. 비료는 농산물 가격으로 이어진다. 태국 역시 같은 유가, 같은 바닷길의 영향을 받는다. 결국 공장의 원가와 직원의 장바구니가 같은 줄에 묶여 있다. 프랑스의 거리는 그 줄이 끊어지기 직전 사회가 어떤 소리를 내는지 보여 준다.
그렇다면 태국 중소기업은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첫째, 유럽 거래처와 물류를 점검하자. 프랑스에서는 지난달부터 연료비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져 왔다.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 유럽 바이어도 주문을 줄이거나 미룰 수 있다. 프랑스나 유럽으로 보내는 물량이 있다면 바이어와 미리 연락해 납기와 통관 상황을 공유하고, 일정에 여유를 두는 것이 신뢰를 지키는 길이다.
둘째, 에너지와 포장재 원가를 다시 계산하자. 국제 유가가 안정되더라도 운송과 원료 공급이 정상화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주요 자재의 재고 수준과 대체 공급처를 지금 점검해 두어야 한다.
셋째, 직원의 생활비를 살피자. 임금을 한꺼번에 크게 올리기 어렵다면 식사, 통근, 생필품처럼 체감도가 큰 부분부터 챙기는 방법이 있다. 생활이 흔들리는 직원에게 품질과 안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작은 배려가 큰 이탈을 막는다.
정부에 바라는 점도 분명하다. 에너지 가격은 기업의 원가이기 전에 국민의 생활비다. IMF는 이번 총회에서 수출 제한이나 일괄 감세 같은 광범위한 조치보다 충격에 취약한 계층을 겨냥한 지원과 재정 규율을 함께 지키라고 권고했다. 태국 정부도 에너지 비용 대책을 세울 때 넓게 뿌리는 지원보다 영세 사업자와 저소득 가구처럼 실제로 버티기 어려운 곳에 정확히 닿는 설계를 고민해 주기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생활비 문제를 둘러싼 불만이 쌓이기 전에 귀를 기울이는 소통이 필요하다.
시위는 어느 날 갑자기 터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불씨는 오래전부터 장바구니 속에서 자라고 있었다. 파리의 거리에서 읽어야 할 것은 분노가 아니라 경고다.
참고 자료
- Tear gas and unrest as hundreds of thousands protest for reforms in France – Al Jazeera (2026.10.17)
- French police arrest more than 1,800 people after violent protests erupt across country – CBS News (2026.10.18)
- Chaotic scenes as organisers of French protests claim 800,000 have taken to streets – France 24 (2026.10.17)
- Protests spread across France as ‘yellow vests’ set to join – Al Jazeera (2026.10.17)
- Hormuz reopening is positive but global energy crisis is not over, IMF warns – The Nation (2026.10.17)
- France counts cost of violent protests, 1,800 arrested – AFP (2026.10.18)
필자의 견해를 담은 오피니언입니다.